왜 우리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는가
2015년 3월 26일  |  By:   |  과학  |  1 comment

지난 1971년, 닉슨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언했을 때 과학자들은 암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이해와 암의 치료가 멀지 않았다는 희망에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전쟁에서 아직까지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실제로 한 저명한 암 생물학자는 암에 대한 이해가 지난 40년 동안 그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MIT 의 생물학자 로버트 와인버그는 지난 해 Cell에 기고했던 글에서 이런 도발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는 이 분야의 선구자 중의 한 명이며 메사추세츠 주 캠브리지에 위치한 화이트헤드 생의학 연구소의 창립 멤버이기도 합니다.

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1950년대에 의학 연구자들은 암을 “수백 가지 혹은 수천 가지 다른 방식으로 일어나는 복잡한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그 과정을 몇 개의 원칙으로 줄일 수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아이디어는 바이러스가 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일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생각은 곧 정부로 하여금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는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그 다음 아이디어는 암은 곧 유전자의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1980년대 초기까지는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의 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물리적 법칙과 같은 어떤 간단한 법칙이 암의 발생에도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긴 시간을 보냈지요.”

그러나 암 유전자를 연구할수록 이들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원칙은 점점 더 멀어져 갔습니다.

“지난 10년에서 15년 동안 우리는 암이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는 사실과 단순한 몇 가지 과정으로 암을 설명하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사실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지요. 즉, 과연 몇 개의 근본적인 법칙만으로 이런 복잡한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적어도 지금까지의 결과에 바탕한다면 그러한 간단한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합니다. 존스홉킨스 의대의 종양학자 빅터 벨큘레스쿠 역시 이렇게 말합니다. “암과 같은 질병을 쉽게 이해하려는 것은 그저 바람에 불과한 생각입니다.”

그는 암은 단순히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수백 개의 질병도 아닙니다.  “현재 암에 걸린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인류가 시작한 후 암에 걸렸던 모든 사람들의 암은 각각 다른 분자 변이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이는 모든 암이 서로 다른 병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암 자체가 계속 변화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는 한 환자의 암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왜 한동안 효과를 보이던 치료법이 더 이상 듣지 않는지를, 또 왜 의사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이런 현실은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발견한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그는 암 유전자의 수는 단순히 몇 개가 아니며 매우 많은 유전자들이 손상을 통해 종양의 발생에 기여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러한 유전자의 변화가 특정한 몇 가지 경로를 따르는 것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것도 분명합니다.”

이 경로들은 일종의 세포 내 조립라인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유전자들은 그 조립라인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경로에 의해 암이 발생하게 되는 여러 가지 과정을 발견해 왔습니다. “어떤 것들은 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경로였고 어떤 것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이 경로들의 발견은 곧 약을 이용해 암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말해줍니다. 예를 들어 노바티스의 글리벡은 한 가지 경로를 차단하며 따라서 몇 가지 암의 진행을 멈추게 만듭니다. 다른 약들은 다른 경로를 차단하며, 비록 그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환자들에게는 도움을 줍니다. 최근 승인된 화이자의 이브란스는 특정 종류의 유방암에 작용합니다.

이런 경로들의 발견과 이를 차단하는 약의 발견은 과거의 단순 시행착오의 반복에 비해 큰 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존스 홉킨즈의 시드니 킴멜 통합암센터의 소장인 윌리암 넬슨은 말합니다. “이는 비용의 측면에서, 그리고 시간의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암을 치료하는 수많은 약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접근법에서도 암이 가진 복잡한 특성은 존재합니다. 하나의 경로를 차단하는 하나의 약물이 하나의 암을 멈출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넬슨은 대부분의 암이 여러 약들을 동시에 먹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치료들의 조합이 필요하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조합이 필요할까요?” 경로의 수는 수십이나 일이백 가지가 아닙니다. 누구도 이를 다 알지 못하고 있으며, 그 수가 수천 가지에 이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환자가 암을 치료하기 위해 1천 가지 약을 먹을 수는 없겠죠.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 접근법은 또한 쉽게 치료비용을 높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제약회사들이 하나의 치료에 연간 1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받는다면 말이죠. 암치료 산업이 가진 문제는 생물학의 복잡성을 뛰어넘습니다.

다시 와인버그의 글로 돌아와 봅시다. 사실 그의 말처럼 암에 대한 이해가 지난 40년 동안 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 40년 동안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시도되었고 우리는 조금씩 전진해 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암과의 전쟁에서, 승리는 한 번의 극적인 전투에 의해서가 아니라 연속된 많은 접전들을 통해 얻어질 것입니다.”

실제로 그것이 지금까지 암과의 전쟁이 겪어온 길입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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